교회는 하나의 함수

이종필 목사에게 신학 공부와 함께 시작된 7년 동안의 교회 사역은 참 즐거웠다. 그렇지만 교회 현장을 깊이 알아 가면 갈수록 교회에서의 생활과 세상에서의 모습이 분리된 이원론적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게 됐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교회의 현실 또한 깊은 시름거리였다. 성도들의 삶이 성경적이지 않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이고 무엇이 문제일까를 자문했다. 이를 통해서 찾아낸 것이 '신앙과 삶'이라는 단어다.

'한국 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신앙과 삶의 불일치가 첫 번째로 꼽혔다. 이를 통해서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목사는 해결책을 깊이 고민하게 됐다. 분명한 대안과 해답을 제시하는 교회를 꿈꾸면서 기존 교회의 예배와 훈련과 사역의 전반을 되돌아봤다.

이 목사의 말이다. 이 목사는 신앙과 삶의 일치를 위해서 그동안 교회가 해왔던 모든 사역들을 재점검했다. 그리고 교회를 개척하면서 기존 교회가 이어오고 있던 사역의 기본 틀에 변화를 시도했다.

입술의 고백에서 삶의 찬양으로

첫 번째 시도는 성가대를 조직하지 않는 것이다. 매주일 성가대 사역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 성가연습을 하는데, 이것이 성도들의 신앙과 삶의 일치를 이루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를 자문했다. 그리고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성가대를 조직하지 않았더니 찬양 연습에 할애하던 시간이 대폭 줄었다. 성가대 찬양 시간은 성도들이 함께 찬양하는 시간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서 입술의 찬양이 아니라 삶의 찬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종필 목사는 히브리서가 말하는 '선을 행하고 서로 나누어 주는 삶'의 실천을 주일에 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평일에 그렇게 살라고 하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 주중에 혼자서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이를 주일에 훈련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마련해줘야 주중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성가대가 없으니 별도의 찬양 연습이 필요 없고 그로 인한 여유 시간에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했다. 관련 기관과 단체를 연결해 주일예배를 마친 성도들이 봉사 활동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의 관심사와 은사 및 시간 여건을 따라 자유롭게 봉사기관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봉사 활동으로 인해 교회에 대한 성도들의 자부심은 상당히 커졌다. "그동안 봉사 사역에 대한 마음은 있었지만 주일 교회활동에 바빠 시간을 낼 수 없었는데, 교회가 발 벗고 나서서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니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적 부담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봉사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어 마음의 부담이 덜해서 좋습니다."

한 번 봉사 활동을 다녀온 성도들은 대개 계속해서 봉사 활동을 다닌다. 봉사를 통해 얻은 은혜가 주일예배와 설교를 통해서 받는 은혜보다 더 크게 다가올 때도 있단다. 이러한 사역과 봉사의 현장을 직접 보면서 선교와 구제에 대한 물질적 헌신도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한다.

새벽기도회를 주 중 저녁 기도회로

세상의빛교회에 없는 세 번째는 새벽기도회다. 기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가 아니다. 이종필 목사는 개척 초기 절박한 심정으로 새벽기도에 매달렸다. 그러나 과연 현대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에 새벽기도회가 맞을까, 그들에게 더 유용한 방식은 없을까 하는 고민이 늘 있었다. 고민 끝에 전통적 새벽기도회를 저녁 기도회로 바꿨다. 직장을 마친 성도들이 기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기도회 시간이 변하자 두 가지 좋은 결과가 뒤따랐다. 밤 문화에 쉽게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영적인 자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기도회의 시간과 형식을 바꿈으로써 교인들이 기존에 익숙했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한마디로 기도에 대한 가치를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녁 기도는 오늘 하루와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뜻에 자신의 계획을 맞춰가는 시간이 됐다. 주중 저녁 기도회는 오후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저녁 기도회는 30분 예배(찬양ㆍ기도ㆍ설교)와 이어지는 1시간 개인기도시간으로 구성된다. 한 주에 한 번은 목회자가 예배와 기도를 인도한다.